🚫 단골은 수많은 그들 중 하나가 아니다...
"나를 알아보는 주유소 직원이 다있네?"
대학시절 몇개월 간 친구의 형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그 주유소는 지역과 지역의 경계에 위치하여
하루에도 수많은 차들이 들러 주유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셀프주유소란 개념이 없어서,
차가 들어오면 주유소 직원이 주유 주문을 받고 주유를 해주고 계산을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날도 많은 차들이 들어와 주유를 하고 있었는데 왼손에 깁스를 하고 계신 운전자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손에 깁스를 한 채 운전을 하려면 정말 불편할텐데, 안전도 걱정돼고...' 라는 생각을 하며 주유를 해드렸으나,
운전자분은 그런 제 생각을 읽으신듯 별일 아니라는 표정과 말투로 계산을 하고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한달 여가 지난 어느날.
주유소를 찾은 여러대의 차량 운전자분 중 저는 깁스를 하고 주유소를 찾았던 그 운전자분을 발견했습니다.
다행히도 손이 다 나은 것인지 그날은 깁스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는 주유 안내를 드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손은 다 나으신건가요?
지난번에 깁스를 하신채 운전하시는 것을 보고 걱정했었는데 다 나으셨나보네요."
그러자 그 운전자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내가 사업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니는데 기름을 속이는 주유소가 있다는 말에, 주유소만큼은 전국의 다섯개 정도 주유소를 정해놓고 그 주유소만 들러서 기름을 넣고 있어요.
나는 내가 정한 다섯개의 주유소만 이용하기 때문에 스스로 단골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2주에서 한달 정도 간격으로 주유소에 들러서인지 이 주유소들은 나를 몰라보고 일반 고객 대하듯 서비스를 하더라고. 한편으로는 좀 섭섭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
그런데 오늘 당신이 얼마전까지 내가 손을 다쳐 깁스했던 것을 알고 물어봐 주더라고.
깜짝 놀랐어. 내가 십년 넘게 사업하며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다섯개의 주유소 중에서 나를 알아본 직원은 당신이 처음이거든.
내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당신 주유소만큼은 평생 단골로 다녀야겠어!"
라며 차를 주유소 주차장에 대고 차에서 내려 소장님께 가셨습니다.
그리고는 한참을 소장님과 기분좋게 말씀을 나누고 가시더군요.
그일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해 깊이있게 주시하고, 이를 기억으로 남기던 제 습관이 만든 작은 고객감동이었습니다.
그날, 일과를 마치고 소장님께서 건네주신 끊길줄 모르던 칭찬과 푸짐한 저녁 만찬은 제 젊은 날을 뛰게 만든 여러 원동력 중의 하나였습니다.(나중에 주유소를 그만둘때도 소장님은 제게 두둑한 보너스를 넣어주셨습니다.)

단골은 수많은 그들 중 하나가 아닙니다.
단골이 많은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당신을 선택한 이상,
당신은 단골 한분 한분을 기억하고 각각에 대한 그들만의 경험을 선사해야 합니다.
단골이 수많은 그들 중 하나가 아니라고 느낄 때,
비로소 당신의 진정한 단골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