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발걸음

⛰️계룡산의 숨은 비경, 장군봉 답사기⛰️

pensword 2025. 5. 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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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무릅 부상으로 산을 오르지 못했던 한을 풀기라도 한듯, 매년 계룡산 삼불봉을 서른번씩 오른다는 나와의 약속을 통해 지난 2년 간 예순 한번의 삼불봉 오르기를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역시 이를 실천해야 했으나, 연초 찾아온 심한 감기와 근 삼개월의 주말 교육과정 참가로 인해 지금까지 단 한번 삼불봉에 올랐습니다. 
다시 찾아온 오월의 주말, 운동 부족과 나태한 마음의 표상으로 부여받은 아랫배를 감싸안고 저는 계룡산의 숨은 비경 장군봉을 향했습니다. 삼불봉에 오르고픈 마음은 간절했으나 무리하면 안될듯 하여 짧은 코스이지만 가파른 경사로 나름 등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장군봉을 택하였습니다.

계룡산의 숨은 비경 장군봉에 오르다

⛰️ 계룡산이 품은 봉우리

계룡산은 하나의 거대한 산세 안에 저마다의 매력을 지닌 여러 봉우리를 품고 있습니다. 계룡산의 주봉인 천황봉(847m)과 옆에 나란히 솟아있는 쌀개봉(831m)은 아쉽게도 아직은 올라보지 못한 봉우리입니다. 부지런히 몸을 만들어 올라봐야 할 봉우리들이지요. 그리고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관음봉(觀音峯, 766m)과 삼불봉(三佛峯, 777m). 관음봉은 사방으로 펼쳐지는 능선의 파노라마가 일품이며, 삼불봉은 세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명해진 봉우리로 저의 경우 관음봉은 2회, 삼불봉은 61회 올라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르려는 장군봉( 將軍峯, 512m)은 등산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봉우리일 수 있지만, 병사골탐방지원센터에서 장군봉까지 왕복 2km의 짧은 코스임에도 이름처럼 가파른 능선이 주는 산행의 즐거움과 산오름의 중간 지점에서 볼 수 있는 암반의 절경, 그리고 하산 시 볼 수 있는 확트인 반포면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 등 계룡산의 여느 봉우리 못지 않은 아름다움과 산행의 즐거움을 지닌 곳입니다.
이제 이름처럼 용맹스럽고 멋진 장군봉을 향해 올라 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군봉에 오르다 🧗‍♀️

오랜 기간 산행을 해오신 분들은 병사골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여 - 장군봉 - 신선봉 - 삼불봉 - 관음봉 - 연천봉 - 신원사의 12km 계룡산 종주 코스를 위해 장군봉을 오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삼년차 등린이로서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병사골탐방지원센터 - 장군봉에 올라 앞서 오르고 계신 등산 선배님들께 예를 표한 후 다시 병사골탐방지원센터로 내려올 예정입니다. 하하하.

계룡산 탐방로 안내 중 장군봉 코스

 
계룡산 탐방 안내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군봉은 짧은 코스임에도 경사가 상당한 등산로를 지니고 있기에 만만히 보고 오를 코스는 아닙니다. 저 역시 물과 수건 등 준비물을 꼼꼼히 준비하고 장군봉 공영주차장으로 향하였습니다.

   
장군봉 공영주차장은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 가는 길에 있습니다. 요즘 핫하다는 '에어*' 카페 근처에 있어 찾기 쉬운 곳입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는 이유 중의 하나는 화장실입니다. 장군봉을 오가는 약 두세시간 코스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이곳 화장실을 이용하신 후 장군봉으로 움직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화장실에서 보이는 장군봉을 바라보며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도 필요합니다.ㅎ

장군봉 공영주차장에서 바라보는 장군봉
장군봉 공영주차장을 출발해 병사골탐방지원센터로 향하는 길, 우측의 하천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립니다.

 
이제 병사골탐방지원센터로 출발합니다. 주차장에서는 약 이백여미터 떨어진 평지길로 십여분을 걷다보면 한적한 밭과 하천길이 나오며, 좌측을 주시하면 장군봉과 중간 능선의 철제 계단이 희미하게 나타납니다.

병사골탐방지원센터를 향하는 길에 보이는 장군봉과 중간 능선의 철제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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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철제계단에 오르면 앞쪽으로 공주시 반포면의 확트인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탐방로로 향합니다.
등산 코스는 여러 갈래가 있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오늘 병사골탐방지원센터 - 장군봉 - 병사골탐방지원센터의 2km 코스를 이용합니다. 이 코스는 중년의 성인인 제 걸음으로 2시간반에서 세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로 초반 아주 짧은 거리를 제외하고는 경사가 급한 암석코스와 철제계단 코스가 대부분인 코스입니다. 어느 여성분은 종아리가 타는 코스라고 블로그에 적었던 코스입니다. 이제 병사골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됩니다.

계룡산 장군봉 탐방코스의 시작인 병사골탐방지원센터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일백여미터를 오르니 장군봉이 900미터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이정표를 지나 작은 개울의 다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이 됩니다.

장군봉 900미터를 알리는 이정표와 오르막의 시작

 
돌계단을 오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암석으로 된 경사진 오르막이 나옵니다. 장군봉에 오르는 분들은 장갑을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가파른 암석 코스를 오르기 위해서는 주변의 바위와 나무를 수시로 잡게 됩니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경사진 장군봉 등산로

 
근 이십여 분을 헐떡이며 오르니 드디어 철제 계단이 나타납니다. 끝없이 이어진듯한 철제계단을 오르는 고통은 종아리에서 허벅지로 올라와 날숨과 함께 허공에 뿌려지지만, 이러한 고통도 오르다 중간 중간 뒤를 바라볼 때 펼쳐지는 반포면의 확트인 풍경과 함께 희열로 바뀌어 사라집니다.

중간 능선에 이르기까지 코스의 절반을 차지하는 철제 계단

 

철제 계단 뒤편으로 나타나는 반포면. 멀리 동학사 방향으로 부드럽게 휘도는 삽재교차로가 보인다

 
철제 계단과 반포면의 트인 광경을 뒤로 하고 열심히 오르다 보면 철제계단의 끝자락, 중간 능선에 도달합니다. 이곳을 지날때 초행인 분들은 살짝 헛갈릴 수 있는 길이 나오는데 길이 사라지고 바위가 나타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위를 따라 가면 바위 우측으로 좁은 길이 나오고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위 위의 소나무와 함께 아름다운 암석의 능선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위 위의 소나무는 예전 제 소봉산 소개글에서 언급했던 '구봉산의 날개를 펼친 듯한 소나무'와 형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모양이 닮았습니다.

철제계단을 지나 마주하게 되는 중간 능선의 암석 통로
구봉산의 소나무와 너무도 닯은 모습을 하고 있는 장군봉 중간 능선 암석 위 소나무

 
이 구간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구간으로 장군봉 구간 중 유일하게 난이도가 '제로'인 걷기 편한 구간입니다. 암석과 소나무를 지나면 마당 느낌이 나는 구간이 나오고 이를 지나 걷다 보면 다시 '오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오름의 시작을 정상까지 500미터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와 함께합니다. 이제 정말 오름이니 평지에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바닥의 돌들을 정성스레 쌓고 부자를 염원하는 기도를 드린 후 2차 등반을 시작합니다.

장군봉 중간 능선의 절반 지점에 서있는 이정표, 그리고 정성스레 쌓아 올린 돌탑

 
앞으로 남은 500미터는 정말 산길만 있습니다. 다행히 울창한 나무들로 인해 시원한 바람이 드나 드는 그늘길이 대부분이지만, Z자로 이어지는 경사진 흙바닥과 나무뿌리로 이어진 등산로를 오르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게 됩니다.

뿌리가 드러난 나무를 여러차례 오르고 지나야 하는 장군봉 등산로

 

오른쪽 사진의 Z자 코스가 보이시나요.

 
이렇게 흙길과 나무뿌리를 오르길 이십여 분, 드디어 정상이 다가왔다는 등산앱의 알림이 울립니다. 이제 약 오분 정도 오르면 장군봉에 다다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온힘을 다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다른 장군봉 정상. 때 마침 2년 만의 장군봉 정상 등정을 축하하듯 하늘에선 비가 내립니다.

장군봉 정상의 전망 안내문, 멀리 천황봉이 보인다.

 

장군봉에서 바라본 학봉교차로

 
장군봉 정상이 비록 계룡산의 다른 봉우리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장군봉은 다른 주능선 봉우리들과 떨어져 있어 삼불봉과 관음봉에서 바라보는 느낌과 또 다른 느낌의 정상뷰를 느낄 수 있고,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계룡산의 주능선을 한눈에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장군봉 안내문에 나와있는대로 계룡산의 주능선을 사진으로 확인해보니 주능선이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

 
정상에 머문지 십여분.
장군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을 뒤로하고 이제는 하산길에서 맛볼 수 있는 확트인 반포면의 풍경을 만끽할 차례입니다. 흙바닥과 나무뿌리로 이루어진 첫번째 하산길은 눈깜짝할 사이 지나갑니다. 이십분 여를 내려가니 등산길에 세웠던 돌탑이 반갑게  다가옵니다. 

반가와요 돌탑! 다음에 올때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와 지나는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주길 바래요 돌탑!

 
돌탑을 지나 암석 구간에 들어선 순간, 한동안 하지 못했던 습관 아닌 습관이 떠오릅니다. 바로 바위세우기. 외국에서는 'Rock balancing'이라고 한다던데, 저는 손바닥만한 돌맹이를 가까스로 세우는 정도입니다. 역삼각형의 돌을 찾아 세우길 이분여. 멋있게 세워진 돌을 뒤로하고 철제계단을 향해 내려갑니다.

간만에 세워본 돌의 모습에 뿌듯.ㅎ

 
오분여 편한 길을 지나고 마주한 철제계단. 올라올때 한번씩 뒤를 돌아보며 바라본 풍경이었으나, 하산길에 마주하는 풍경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하산의 편안함 때문인지, 아니면 내려가며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를때보다 더 넓고 환한 풍경으로 다가오는 장군봉 앞 반포면의 풍경입니다.

하산길에 마주하는 반포면, 삽재교차로의 풍경

 

하산길의 편안함 때문인지, 더 넓고 환하게 다가오는 장군봉 앞 반포면 풍경

 
철제계단을 내려와 남은 길은 이백여 미터. 한결 가벼운 마음의 하산길에 마주한 꽃아까시나무, 때죽나무, 개옻나무, 그리고 꽃양귀비를 사진으로 남깁니다.

꽃아까시나무와 때죽나무
꽃양귀비와 개옻나무

 
그리고 하트모양을 하고 있는 신기한 돌과도 마주칩니다. 하나가 아닌 서로 다른 두개의 돌이 마주하며 하트의 형상을 만든것은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서로 마주하며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는 두개의 돌

 
이렇게 이렇게 2년 만에 오르게 된, 올해 들어 두번째 계룡산 등반길이었던 장군봉 답사기를 마칩니다. 매년 서른번 이상 계룡산을 등반하겠다는 저와의 약속을 작년까지는 어찌 어찌 지켰지만, 올해는 서른번 정도 남은 주말 모두 계룡산에 오르지 않는 이상 저와의 약속을 지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면, 내년 중반쯤엔 계룡산 백번 오르기라는 저와의 두번째 약속은 지킬 수 있을 듯 합니다. 졸필이자 초보의 수준으로 적어내고 꾸며내는 글과 사진이지만, 블로그 역시 한편 한편 써내려 간다면 언젠간 제 마음속의 글들을 진솔하게 엮어내는 날이 오리라 믿으며 키보드의 손을 내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5.04.28 - [소소한 발걸음] - 노루벌을 품어 안은 구봉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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