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발걸음

구봉산, 노루벌 그리고 계룡산에 오르다.(계룡산 도전기.1)

pensword 2025. 4. 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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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불가

 
2002년, 하프마라톤을 두번 완주한 까닭이었을까.
모 언론사 주최 풀코스 마라톤 참가를 위해 체계적인 훈련 없이 진행했던 무리한 일정이 결국 화를 불렀다.
왼쪽 무릅이 크게 부어올라 걷지 못할 지경까지 되버렸다.
급하게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는 슬개골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과 함께, 앞으로 관절에 무리를 주는 마라톤, 등산 등은 절대로 하면 안된다는 말을 전했다.
마라톤은 접겠지만 등산도 안된다고?
나는 설마하며 2주 정도의 휴식기를 거쳐 무릅의 붓기가 완전히 빠진 것을 확인하고 계룡산에 올랐다.
관음봉까지 무난히 오른 나는 의기 양양하게 하산길에 올랐으나...
무릅의 뼈속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하산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왼쪽 무릅을 휘감았고, 나는 전쟁터의 패잔병과 같은 모습으로 왼쪽다리를 끌다시피 하며 힘겹게 내려와야만 했다.
그렇게 내 삶에서 등산은 사라지는듯 했다.
 

🏊‍♂️ 다시 산으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정말 산을 멀리했다. 대신 무릅에 무리를 주지 않는 수영과 인라인이 내 체력관리의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등산을 저버린 내게 이제 가을의 울긋불긋한 산야와 눈내린 계룡산의 설경은 단지 풍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날 눈에 들어온 산봉우리의 정자 하나.
구.봉.정.
거주지에 위치한 해발 260여 미터의 구봉산 정상에 운치있는 정자가 보였고, 그 옆으로 봉우리와 봉우리를 이어주는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 정도면 오를 수 있겠는데?

25년 겨울, 좌측 구봉산 정상으로 구봉정이 보이고 가운데 봉우리를 이어주는 다리가 보인다.

 
 

⛰️ 구봉산과 노루벌

 
언덕이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오른 몸은 곧 땀으로 범벅이 될 만큼 오르는 코스의 경사가 가파랐고, 100개가 넘는 계단도 등장했다.
30분 여분을 오르니 구봉정에 오를 수 있었고 뒤로 보이는 노루벌은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볼 수 없었던 산에서의 풍경 이상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22년 여름 어느날, 구봉산에서 바라본 노루벌

 
22년 여름, 그렇게 오르게 된 구봉산을 매주 오르기 시작했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매주 오르고 또 올랐다.
그렇게 오른 구봉산은 매주, 매월 다른 모습으로 초보 등산객을 이끌어 주었다.
 

25년 겨울의 노루벌 설경

 

노루벌 반대편, 서대전IC 방면의 설경

 

근 100개에 이르는 계단은 구봉정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25년 겨울, 눈쌓인 구봉산 둘레길 이정표

 
그렇게 23년까지 쉬지 않고 구봉산을 올랐다.
1년 동안 50번 넘게 구봉산을 오른 덕에 정상까지 오르는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구봉산은 짧은 코스지만 가파른 경사와 100여 개의 계단으로 등산로가 구성되어 있어 하체 단련에 더없이 좋은 산이었으며, 날이 좋은 어느 가을날엔 1시간에 걸쳐 구봉정을 두번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구봉산과 친분을 쌓아가던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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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으로의 겁없는 도전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최애 프로그램인 '세상에 이런일이'를 통해 14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용두암 앞바다를 수영으로 오가시는 83살의 어르신을 보게 되었다.
먼저 세상을 떠나 보낸 아내분을 잊기 위해 시작한 바다수영이라는 마음 아픈 사연이었으나, 어르신의 수영은 해를 넘겨 14년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르신의 건강검진 결과 오랜 세월의 바다수영 덕에 젊은이 못지 않은 허리 근력과 근육을 가지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된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무릅...
비록 1년이지만 거의 매주 구봉산을 오르내린 내 무릅도 이젠 계룡산을 내려올 정도의 근육과 근력이 생기지 않았을까라는 절반의 확신과 함께 내 무릅을 만져보았다.
그리고 2023년 4월22일.
난 계룡산 삼불봉을 향해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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