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발걸음

🏔️구봉산으로 시작하여 계룡산에 오르다.(계룡산 도전기.2)

pensword 2025. 4. 2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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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년만의 계룡산

 

2023년 4월 22일, 드디어 계룡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오전에 비가 보이긴 했지만 다행히 산에 오를 시점엔 날이 개기 시작했다.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모자를 쓰고, 스틱을 짚고, 양 무릅에 무릅보호대를 두른 채 다소 코스가 완만하다는 천정안내센터 - 남매탑 - 삼불봉 코스를 타기 시작했다.
 

🌸 하나둘 맞이하는 풍경들

 
구봉산을 부지런히 오르내린 덕이었는지, 오르는 동안은 무릅에 통증이 없었다.
약 2km를 오르니 경사가 가파라지기 시작했고 숨은 목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올라야했다.
얼마만의 계룡산 도전인데 멈출 수 있는가. 저 멀리 무게를 잡고 내려다보는 돌탑을 바라보며 묵묵히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로에서 마주한 아슬아슬한 돌탑

 

🌄 남매탑을 만나다

 

천정안내센터에서 남매탑 구간은 약 3km의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처음 2km는 완만히 올라가는 숲길로 초보자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었다.
그러나 2km 지점을 넘어서면 가파른 돌길이 나타나며, 남매탑 다다르기 약 500m 전에 큰배재로 오르는 90개의 계단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이 구간이 마의 첫번째 구간이었다. 
머리끝까지 숨을 헐떡이며 90개의 계단을 오르니 짧은 내리막 코스가 나타났다.
물 한모금을 들이킨 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평이한 코스려니 하는 기대감으로 전진하기 시작했으나 다시금 좁은 등산로를 따라 돌계단이 나타났다. 남매탑고개로 오르는 돌계단이었다. 
헉헉헉헉, 정말 간신히 오르고 또 오른 끝에 남매탑고개에 오르게 되었고 고개 끝자락에 이르니 말할 수 없이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이 후 계룡산에 여러번 올랐지만 남매탑 고개에 이를때마다 불어오는 산바람은 스러져가는 나를 다스금 일으켜 세우는 향기와 같았다.) 
다시금 정신을 부여잡고 얼마 남지 않은 남매탑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다시 마주한 돌계단.
이번엔 돌계단 끝자락에 남매탑을 오가는 사람들의 형상을 볼 수 있었다. 
22년만에 남매탑을 만나게 된 것이다.

 

볼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마주하는 남매탑
봄날 석가탄신일을 알리는 남매탑 주변의 연등

 

남매탑에 이르면 합장한채 탑주위를 반시계방향으로 세바퀴 돌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것도 잊은채 남매탑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의 행복, 평화, 사랑을 기원합니다... 기원합니다... 기원합니다...
탑주위를 돌고 시계를 보니 벌써 1시간 반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다. 이정표를 보니 삼불봉까지는 500m를 가리키고 있었다.
올라야하나, 아니면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삼불봉은 다음에 오를까.를 고민하길 잠깐.
22년만에 삼불봉도 만나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봐야 500m인데를 중얼거리며 호기롭게 남매탑 옆으로 나있는 돌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500m인데.... 왜 다 돌계단인걸까....
정말 끝없는 돌계단의 향연이었다. 앞으로 오르다 다시 왼쪽으로 돌계단을 오르고 다시 오른쪽으로 돌계단을 오르다 앞으로 다시 돌계단.
내 앞으로 하나씩 내려오는 돌계단을 내려보며 고개를 들 힘도 없이 오르고 또 올랐다.
얼마를 올랐을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돌계단이 끝이 나고 왼쪽으로 휴식공간같은 널찍한 나무 데크가 나타났다. 
그리고 오른쪽을 보니 또하나의 이정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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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불봉 200m'

 

남매탑을 지나 300여 미터를 오르면 마주하는 삼불봉, 관음봉 방향 안내 이정표

 

삼불봉까지 이제 200미터가 남은 것이다.
이제 정말 다올라왔다를 속으로 외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50여 미터도 못가서 마주한 돌계단의 향연이 나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들었으나 이제 남은 거리는 150여 미터.
바들 바들 등산스틱을 짚어가며 한계단 한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에 임박한 탓인지 돌계단은 비좁았고, 위에서 내려오는 분을 마주하면 잠시 멈춰섰다가 올라야 하는 순간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오르길 오분여. 눈앞에 돌계단이 아닌 철제계단이 나타났다. 친절하게 올라가는 계단과 내려오는 계단이 분리되어 있는 철제계단을 보니 정상이 목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걸음, 한걸음을 정성스럽게(사실은 힘이 없어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옮기던 나는 130여 계단을 오른 끝에 삼불봉을 마주할 수 있었다.

 

🎒 삼불봉에 오르다

 

드디어 삼불봉에 오른 것이다. 
남들은 어렵지 않은 코스라 하겠지만, 무릅을 다친 이후 20여 년을 산에 오르지 못한 나로서는 8,749m의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감격 그 이상이었다.

삼불봉 정상의 표지석

 

해발 고도 775m라 쓰여진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삼불봉 전망을 친절히 안내하는 안내문 옆 바위에 올라 감격의 셔터를 눌러댔다.

 

삼불봉 전망 안내판, 저 멀리 천황봉과 관음봉이 보인다.

 

삼불봉에서 바라본 도예마을 방면 전망

 

근 2시간을 올라 드디어 삼불봉에 오른 나는 한참을 정상에 머물며 사방의 풍경을 눈에 담고 담았다.
다시 못볼줄 알았던 계룡산 정상의 전망을 오래도록 품고픈 마음에 앞을 보고 옆을 보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았다. 10시가 넘어 산에 오르기 시작해서 12시가 훌쩍 넘어간 시간이었다.

 

😖 다시금 다리에 통증이 찾아오다.

 

천천히 철제계단과 바위계단을 딛으며 남매탑에 다다른 나는 올라온 코스를 되짚어 가며 하산을 시작했다.
오백여 미터의 가파른 지형을 지나면 완만히 내려가는 2km의 코스가 나올테니 천천히 내려가면 될 터였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무릅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통증이 심해지며 힘겹게 내려갈 내 모습이 그려지니 몸이 굳어진듯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 1/3도 못내려갔는데 벌써 통증이라니.
생각해보니 무릅 통증은 산을 오를때가 아닌 내려갈때 관절에 무리를 주며 통증을 준다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긴장에 긴장을 하며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그렇게 천천히 내려가니 오를때 보지 못했던 주변의 풍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군가 거꾸로 세워놓은 신기한 돌덩이

 

소리마저 투명한 계룡산 계곡의 맑은 물

 

짙어가는 녹음의 나무와 다양한 모습의 돌무리, 바위들.
흐르는 물소리와 누군가의 소원을 가득 품고 있을 돌탑과 거꾸로 세워진 돌덩이 등.
바닥만 바라보며 오를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들로 인해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껴지던 통증은 더 심해지지 않고 천천히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의 통증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렇게 22년만의 계룡산 등반은 성공적으로 끝나가고 있었다.

 

조심히 내려가시게~라 말해주는 듯한 국립공원 표지목 위의 귀여운 동자승

 

🌿 삼불봉 마니아

 

근 네시간의 산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나는 그 이후 거의 매주 삼불봉을 오르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23년 30번, 2024년 31번 삼불봉을 오르게 되었다. 23년 산행을 시작하며 앞으로 20년간 삼불봉을 600번 오르리라 마음먹었는데 벌써 목표의 10%를 달성한 것이다. 산행 시간도 처음에는 네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지금은 세시간 안쪽이면 주차장에 도달하게 되었다.
올해는 컨디션 난조와 주말 배움활동으로 단 1번(민망합니다...) 삼불봉에 올랐다. 그러나 6월부터는 본격적인 산행이 가능할 것이고 아마도 20번 정도는 삼불봉 정상을 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서투른 달리기 덕에 20여 년간 등산의 즐거움을 잊고 살았지만, 구봉산 덕에 다시금 계룡산에 오르게 되었다.
이에 기회를 준 구봉산에 감사하고 기꺼이 나를 품어준 계룡산에 감사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무릅 통증으로 산에 오르지 못했으나 이 글을 읽고 삼불봉에 오르려는 분이 계시다면 '무풍교 - 천정탐방안내센터 - 큰배재 - 남매탑 - 삼불봉 - 남매탑 - 동학사 - 무풍교'의 코스를 추천드리고 싶다.
천정탐방센터에서 남매탑에 이르는 구간 중 2km의 완만한 경사 구간은 오르는데는 용이하나, 내려갈때는 2km의 거리를 계속 내려가는 구간이기 때문에 무릅이 아픈 분들은 힘이 들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를때는 해당 구간으로 올라가고, 내려올때는 경사가 더 급하고 바위가 많긴 하지만 1km정도 구간 이후에는 동학사에서 무풍교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로 걸어가는 코스를 추천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삼불봉 등산 코스(무풍교 - 천정탐방안내센터 - 큰배재 - 남매탑 - 동학사방면으로 하산 - 동학사계곡 - 무풍교)

 

다음에 언제 다시 계룡산 도전기를 기재할 지 모르겠지만, 다시 쓰게 된다면 100번째 삼불봉 등반이라는 행복한 목표 달성을 알려드리고 싶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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